황산 서해협곡
서해협곡(西海峽谷)을 구경하고 헉헉대며 가파른 돌 길과 돌 계단을 올라오다가 배경이 좋아서 한 장 찍었습니다.
전망대가 있다는 것은 사진 찍기가 좋은 장소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. 그런대 제가 찍은 사진은 졸작이 되었습니다. ㅠㅠ
황산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 산 위의 북해호텔(北海賓館)에서 자기로 하였으므로 미리 점심먹을 때 식당에다가 짐들은 다 먙겨두고 세면도구와 새벽에 걸칠 옷가지만 챙겨서 운곡사(雲谷寺,이름과 빈터만 남음)에서 케이블카를 10여분 타고 백아령(白鵝嶺)으로 올라갔습니다. 그리고는 기상대가 보이는 광명정(光明頂 해발 1,840m)을 둘러보고는 잠시 쉬었습니다.
황산의 소나무에게는 강인한 생명력에 정말 감탄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. 돌 바위에 틈 새만 있으면 바로 뿌리를 내리고 살아오고 있으니까 말입니다. 또한 다른 지역의 소나무 보다 팔들을 길게 벌리고 있는 자세가 유별납니다.
절벽을 따라 만든 잔교(棧橋)도 멀리서 보면 멋지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만, 저걸 다 걸어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좀 벅차집니다.
제가 북경에서 지낼 때 사귄 중국인 화가 한 분은 매년 황산에 가서 소나무를 그려가지고 온다고 했습니다. 그만큼 황산은 화가들에게 상당한 매력을 주는 곳입니다. 큰 바위에 화경(畵境)이란 두 글자를 새긴 이유를 알것 같았습니다.
서해협곡에서 보는 계곡의 모습은 정말 웅장함과 정교함에 빠져서 한 참 동안 자리에서 뜨지를 못했습니다.
다음 날 해뜨는 풍광을 보려고 일찍 일어나기까지는 잘 했으나 짙은 안개로 일출구경은 헛 탕을 쳤습니다.
깊은 계곡을 감상하라고 특별 자리를 만들어 놓았는데, 도대체 누구와 이렇게 굳은 약속을 하고는 자물쇄를 잠구고 쇠사슬에 걸어 놓고 열쇄를 계곡 밑으로 던져버렸을까?
다른 얘기로는 자기의 소원을 담아 자물쇄에 넣고 잠근 뒤 열쇄를 계곡 아래로 던진다고도 합니다.
이런 좁은 내리막 길에서는 어깨도 좀 좁아야 다니기에 편할 것 같습니다.
서해협곡 구경하기에 바빠서 얼마를 내려왔는지도 몰랐습니다. 다시 되돌아가야 하는 곳에서 온 길을 올려다 보면서 걷기 시작하면, 그저 인내심을 가지고 나의 체력 수준에 맞추어 올라가야 한다고 자신에게 다짐해야 했습니다.
황산에 올라오면 반드시 지켜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. 산 길을 걸을 때는 경치 구경을 하지 않는다. 경치를 구경할 때는 걸어가지 않는다. 구경하거나 사진을 찍으려면 걸음을 멈추고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.
한 눈 팔다 실족하는 것을 예방하는 말이므로 나중에 황산 가실 분들은 명심하기 바랍니다. 사진 찍기 즐기시는 분들은 더 조심해야 합니다.
황산시에서는 옛 거리(老街 또는 古街)를 구경하는것이 아주 재미있었습니다.
우선 이 주변에서는 벼루,화선지,붓,먹 등의 문방4구의 생산지로 전국에서 아주 유명한 곳이기 때문입니다. 상점들을 지나면서 황산지역의 소문난 차 향기를 맡는 것도 즐겁구요, 다기(茶器)구경이며,옛 생활용품 등등 신나게 눈 구경 싫것 했습니다. 각종 과자류와 과일을 구경하면서 사 먹는 것은 또 하나의 별미입니다.